GQ 10월호 (기사전문개재)
2003
작성자
greenbanana
작성일
2016-05-24 22:23
조회
271
<올인>에서 이글거리던 이병헌보다. 친칠라보다 부드러웠던 <겨울 향기>의 배용준보다 <다모>의 이서진에게 더 많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병헌의 흰 치열이, 배용준의 선한 눈웃음이 이서진의 보조개에 비해 부족할 것은 없다.
그런데 왜 일찍이 스스로 폐인이 된 적 없이, 담백하게 팬이거나, 골수팬을 자처하던 왜 직접 폐인이라는 피켓을 들고 이서진의 캠프 안으로 걸어들어간 것일까?
낮고 부드러운 음성과 여자에 대한 애뜻하고 절절한 사랑도, 귀에 꽂히는 달콤한 밀어 역시 그들이 황보 윤만 못하지 않았을텐데......
MBC드라마<다모>를 통해 폐인이 된 적 없는 사람은 그 낮은 중저음을 들어도 그 울림을 모른다고 했다.
윤이 채옥을 보던 그 눈빛을 보지 않았다면 이서진의 눈과 마주쳐봐야 그 마력같은 매력 역시 모를 것이라는 호들갑어린 조언들이 의 올해의 남자 , 이서진 위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서진은 한 인터뷰에서 컴퓨터가 터져버릴 것 같은 인터넷 상의 자신의 인기가 조금은 무섭다고 말했다.
"솔직히 부담스럽다. 내 손끝 하나까지 관찰당하니까,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사람들이 느끼니까, 책임 때문에 집밖에 나오기가 더 싫어졌다.
인터넷이 좋기도 하지만 요즘은 무섭다. 황보 윤의 인기일뿐, 내것은 아니다."
충분히 들뜰만한 상황에도 그는 조용히 있었다.인기는 부침과 딸림이 있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으니 인기에 무게중심이 옮겨다니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배우의 말이었다.
재방에 삼방을 거치던 다모의 인기는 어느 새벽, 이서진의 얼을 클로즈업한 장면에서 각인됐다. NYU출신이라는 나쁘지 않은 꼬리표를 단, 독특한 목소리와 한국사람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는 돌출된 눈썹 뼈의 인상적인 얼굴이 전부였던 그가 배우로 눈의 불을 밝히고 있었다.
꽉 다문 하악의 어금니가 도드라져 불 밝힌 눈을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서진은 조금도 남김 없이 윤으로만 타들어가던 그순간 배우로서 이름값을 해내고 있었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쓸 줄 아는 그는 하나로 굳어지는 연기를 하느니 여러가지를 잘 할 때까지 때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긴 호흡의 그에게 보내는 올해의 남자의 타이틀은 아깝지 않다. 흔들리지 않고 낮은 목소리처럼 낮고 무겁게 가기를 빈다..싫다는 그를 졸라 '이리 마주 보니 얼마나 좋으냐' 를 듣지 못한 것은 조금 , 아쉽다.
에디터/조경아